박성민 “거만한 마동탁은 잊어주세요”(인터뷰①)
만화가 이현세의 히트작 ‘공포의 외인구단’이 20년 만에 브라운관을 통해 부활했다.

20년의 세월을 훌쩍 건너 뛰어 지난 2일 안방극장 시청자를 찾아온 ‘2009외인구단’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흥미를 자극시키며 야구 신드롬을 예고했다.

오혜성 윤태영, 엄지 김민정, 마동탁 박성민… 싱크로율 100%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듯 출연자의 면면은 원작 만화의 캐릭터와 상당히 닮아있다. 그중 마동탁 역할의 박성민은 마치 만화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온 듯 닮은 모습이다.

반듯한 이미지에 차가운 입매, 날카로운 눈빛까지…, 마동탁을 꼭 닮은 박성민에게서는 그러나 어딘가 쓸쓸함이 묻어 나온다.

# 박성민의 마동탁을 얘기하다
“마동탁에게 가장 소중한 야구와 엄지를 까치가 조금씩 침범하는 거예요. 최고의 위치에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던 마동탁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죠. 그러면서 변화를 겪는 캐릭터라고 분석했어요. 외로운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박성민이 설정한 마동탁은 그랬다. 지금껏 우리가 알아왔던 건방지고, 못된 악역으로서의 마동탁이 아닌, 어린 나이에 최고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겸손을 잃지 않는 인물. 그가 바로 박성민이 연기하는 마동탁이다.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마동탁을 뒤집어 버리겠다고 나선 이 용감한 연기자 박성민은 그러면서도 “원래의 마동탁을 기대하시는 시청자들은 나를 싫어할 것 같아요”라며 조심스럽게 우려를 나타내기도.

연기자 박성민에게로 온 마동탁은 무척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완벽함 속에서도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무너져 가는 모습을 연기하는데서 연기자로서의 희열을 느낄 법 했다.

그렇다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악역이 악역으로서 최선을 다 한 후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법하다. 겸손한 마동탁이라…. “시청자의 대리만족을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원작에 없는 칠성이라는 인물을 대뜸 내보인다. 겸손한 마동탁이 미처 해내지 못하는 나쁜 역할을 칠성이 대신 하는 것.

“악한 악역을 하는 게 더 쉽죠. 소리를 지르건 나쁜 짓을 하건 어떤 형태로든 게워내는 게 편하지 누르면서 표현해야 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이번에 보일 마동탁 같은 경우 누르면서 표현을 해야 되요. 저 스스로도 어렵고 답답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부러진 야구배트 보며 드라마 성공 다짐
박성민은 ‘2009외인구단’에 캐스팅된 후 지난해 3월부터 1년 넘는 기간 동안 모교인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야구부에서 훈련을 강행해왔다. 훈련을 하는 동안 한 여름을 보냈고, 서 있기만 해도 구슬땀이 흐르는 땡볕 아래서도 훈련은 계속됐다. 실제 야구선수들도 그렇게 훈련한다는 말에 스윙을 멈출 수 없는 그였다.

“나름대로 1년 넘는 기간 동안 훈련을 해왔었는데, 촬영 직전 한 관계자가 제 스윙 자세가 좋지 않다고 지적하더라고요. 오기가 생겼습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바로 그날 시속 135km를 맞췄죠. 또 그날 야구배트가 하나 부러졌습니다”

박성민은 부러진 야구배트를 버리지 않았다. 그날의 감정을 고스란히 적어 부러진 뒷부분은 자신이, 앞부분은 매니저가 보관하고 있는 것. 드라마가 성공하는 날 부러진 야구배트의 앞뒤부분을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 ‘진정성’이라는 말에 진정성을 더하다
흔히 많은 연기자들이 작품 개봉 혹은 첫방송을 앞두고 진정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들이 얘기하는 ‘진정성’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이 연기자 박성민, 그는 진정성을 얘기하지 않으면서 진정성을 보여준 ‘극히 드문’ 인물이다.

“저 말고요. 마동탁 말고 오혜성과 엄지가 빛나야죠. 외인구단의 멤버들이 빛나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얘기를 했더니 혹자는 어디 가서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연기자는 자기 자신을 빛내야 한다고….”

극중 마동탁과 달리 마동탁을 연기하는 박성민에게 승부욕이 부족한 것일까? 잠시 의문을 품은 사이 선배 연기자 안성기를 얘기한다.

“늘 최고지만 항상 주인공만 연기하지 않듯이 주인공을 빛내주면서 작품을 훌륭하게 만들어 주는 연기자가 있습니다. 연기자로서는 그 모든 것이 과정인 셈이죠. 주연이든 조연이든 배역은 중요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 대한 감흥은 없는 편이에요”

인터뷰 시작에 입을 뗀 “주연을 맡았다는 것에 대한 감흥은 없어요”라는 말에서 연기자 박성민의 진정성은 향기를 뿜었다. 그 향기는 그간 여러 작품을 통해 연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박성민’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낯설었던, ‘2009외인구단’을 통해 이제 막 알아가게 되는 ‘마동탁 박성민’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사진=도정환 기자]

박진희 기자 jini@e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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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9-05-03 14:29

Posted by 포노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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