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알고 보면 더 재밌다 <바람의 파이터>

기사입력2004-08-16 10:20|최종수정2004-08-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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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무도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한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최배달, 그가 만든 수많은 전설이 회자되고 있듯 최배달을 소재로 한 <바람의 파이터> 역시 그에 버금가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알고 보면 나중에 반가울 영화 속 숨은 스탭들과 배우 그리고 이 영화와 결코 뗄 수 없는 액션에 대해 몇 마디 덧붙여 본다.

최배달은 그들의 적

최배달이 무도여행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일본 최고의 파이터들이었다. 그에게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파이터들을 간략히 추려본다. 최배달이 입산수도 후 가장 먼저 대결하는 이들이 바로 일본 최고의 명인단 니조 십걸. 교토의 니조 도장은 송도관의 원류임을 자부하는 도장으로 그곳의 기라성 같은 열 명의 고수를 니조 십걸이라 불렀다. 실제 최배달과 니조십걸의 대결은 시간도, 체급제한도 없는 무한 대결이었으며 부관장 마쓰이가 최배달의 강력한 복부차기에 병원으로 실려가면서 니조도장은 쑥대밭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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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실전공수 사카하라는 관수(손가락으로 타격하는 기술)의 달인이었지만 최배달과의 대결에서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다. 삿뽀로의 가미소리(면도날) 모리는 면도날로 저며내는 듯한 섬세한 테크닉과 실점의 포를 뜨고 각을 자르는 듯한 고도로 정제된 공격의 소유자. 나고야의 닌자 미와는 닌자집안 출신으로 매우 잔인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언제나 검은 도복을 입었다. 상대의 약점을 알아보는 천부적 재능이 있으며 적의 다친 부분을 재공격 하는 것이 특기. 이 대결에서 최배달은 한쪽 눈이 거의 안보일 지경에 이르고, 한 쪽 발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고전하지만 자살 공격으로 겨우 성공했다.

언젠가, 어디선가 같이 보던 얼굴인데

<바람의 파이터>에는 일명 ‘쓰리(3) 양’이 참여했다. 바로 주연배우 양동근, 양윤호 감독, 양길영 무술 감독으로 공교롭게도 <바람의 파이터>의 핵심 멤버가 모두 양 씨였다. 마치 양 씨 가문의 집안 모임을 보는 듯한 세 사람의 공통점은 나름대로 한 고집하며, 웬만하면 인터뷰는 피하려고 하며, 이미 <바람의 파이터> 이전에 함께 작업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양동근은 양윤호 감독의 학원물 <짱>에 출연한 적이 있으며, 이후 <화이트 발렌타인>에서 함께 작업한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는 <바람의 파이터>까지 이어졌다. 양길영 무술 감독 역시 양동근과 <네 멋대로 해라> 함께 작업한 전력이 있으며, 양윤호 감독과는 <리베라매>에서 만난 사이이다. 게다가 스승 범수 역의 정두홍 무술 감독 역시 <네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과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었으며 친구로 등장하는 춘배 역의 정태우 또한 양동근과 <논스톱>을 통해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모두 합쳐 몇 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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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 액션 장면에 등장하는 출연진은 양동근을 제외하고 실제 무술 유단자들이다. 최배달의 스승 범수 역의 정두홍 감독은 물론 최배달의 숙적 가토 마사야는 ‘이아이’라는 일본 검법을 연마했고, 료마 역의 박성민은 검도와 택견 유단자, 영화 속에서 양동근과 대결을 벌이는 상대들은 극진공수도 유단자들을 비롯해 합기도, 쿵푸, 태권도, 검도 유단자들이다. 니조 도장 장면에는 세계 극진공수도대회 챔피언을 비롯한 일본 극진회관 제자들이 직접 출연했다. 특히 이들은 촬영 내내 양동근을 그들의 스승 최배달의 분신인 것처럼 시종일관 깍듯하고 진지하게 대했다고 한다.

얼마야, 대체 얼마면 되는데?

최배달 신화 중 하나인 소와의 싸움 장면은 애초 시나리오상에 빠져 있었으나 영화에서 최배달과 소의 싸움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을 위해 특별 촬영을 결정했다.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달려 간 곳은 매년 소싸움대회가 개최되는 경상북도 청도. 제작진은 실제 라이텐구를 떠올릴 정도의 건장한 검은 소를 섭외했으니 이름은 마나부. 몸무게 700kg에 청도 전국 소싸움 대회 1등이라는 당당한 프로필을 가진 이 싸움소의 1회 출연료는 무려 1천만원! 그러나 이 몸값 비싼 소는 촬영초반 계속 울어대는 등 제작비를 총괄하는 관리팀을 바짝 긴장 시켰지만 평소 동물을 사랑하는 주인공 양동근과의 교감에 성공,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숨은 스탭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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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달이 미군들에게 위협 당하는 여인들을 연이어 구해 주는 장면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바로 <바람의 파이터> 스탭들. 양윤호 감독에게 특별 캐스팅 당한 제작부 김 모양, 스크립터 이 모양, 현장편집 조 모양은 연기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강간의 위협에 처한 여인의 심정을 리얼하게 표현해내 스탭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또한 영화 후반부 최배달은 무도가로서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도장깨기’를 시작하는데 그 중 유도의 고수로 등장하는 이가 바로 양길영 무술감독. 그는 극중에서 양동근과 함께 엎어치기, 메치기를 선보이는데 너무 열심히 치고 받은 나머지 두 사람 모두 가슴팍(!)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바람의 파이터> 캐스팅 비화

<바람의 파이터> 캐스팅에는 최배달 역으로 비가 낙점됐다 양동근으로 바뀌었으며, 요우코 역에 유민, 히로스에 료코가 물망에 올랐다가 최종적으로는 <워터 보이즈>의 깜찍한 소녀 히라야마 아야가 캐스팅 됐다. 정태우가 맡은 춘배 역은 김인권이, 가토 역에는 일본 모델인 리키야가 잠정적 결정 되었다가 바뀌었고, 정두홍 감독이 맡은 범수 역으로 최민수가 거론된 적이 있었다.

검귀 료마 역의 박성민, 우여곡절 출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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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이라는 짧지 않은 제작기간을 걸친 <바람의 파이터>의 개봉은 모든 제작진들에게 감개 무량한 일이지만 료마 역을 맡은 배우 박성민의 감회는 남다르다. 실제 검도 유단자인 그는 오디션을 통해 최배달의 숙적인 가토의 심복이자 검도의 고수 료마 역을 맡는데 성공 했지만 그가 기다려야 했던 시간은 자그마치 3년이었다. 또 가토 역으로 출연한 가토 마사야가 료마 역을 탐내 중도하차 할 위기도 겪었지만 자신을 믿어준 양윤호 감독 덕분에 회생할 수 있었다. 박성민은 <지구를 지켜라>에 아담 역으로 우정 출연한 적이 있다.

일본 여배우들을 유심히 살펴보아요!

료마의 아내 역으로 등장하는 일본배우 고쿠부 사치코는 영화 속 비중은 적지만 최배달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료마 부인 역을 인상깊게 연기했다. 서구적인 용모의 고쿠부 사치코는 도요타 자동차, 가네보 화장품 모델 출신으로 얼마 전 국내에서 화보촬영을 하기도 했다. 또한 요우코의 몸종 세츠 역으로 출연한 마유 소노다는 <바람의 파이터>에 출연한 일본 배우 중에서 한국어를 가장 열심히 공부한 모범생으로 한국어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바람의 파이터> 원작은 방학기의 만화

영화 <바람의 파이터> 원작은 방학기의 동명만화다. ‘바리데기’ ‘감격시대’ ‘바람의 아들’ ‘임꺽정’ 등 토속적인 소재와 특유의 역사의식을 결합한 작품세계를 자랑하는 만화가 방학기는 미술전공자답게 실감나는 동작묘사, 철저한 고증연구가 뒷받침된 작품들을 히트시켰다. <다모> 역시 그의 작품으로 1989년부터 92년까지 연재되었던 <바람의 파이터>는 당시 게재된 신문의 판매부수를 100만부 이상 증가시키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히메지성 촬영 성공비결

닌자 미와와의 대결 씬이 벌어진 히메지성은 일본에서 가장 큰 성으로 <라스트 사무라이>에 등장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훼손의 위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행동은 엄격하게 금지된 이곳에서 <바람의 파이터>팀이 촬영해야 하는 장면은 하필 고난이도 액션장면이었다. 그렇지만 고성 관리소의 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히메지성 촬영을 성사시켜준 장본인은 바로 깐깐했던 고성 관리인. 그는 자신이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며 은근슬쩍 자리를 비켜주었다고.

Posted by 포노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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